군함도라는 명칭으로 더욱 잘 알려진 하시마. 군함과 형태를 하고 있다고 하여 군함도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섬은 일본 나가사키시 서남부에 위치하며, 일본 근대 건축과 산업화의 상징적 사례로서, 일본 도시 및 건축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세기 후반 미쓰비시가 이 섬을 매입하였으며, 당시 섬의 크기는 남북 방향으로 약 320m, 동서 방향으로 약 120m에 불과하였다. 이후 해저 탄광 개발과 인공 섬 확장 공사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현재는 남북 약 480m, 동서 약 160m로 확장되었다.

이 섬이 일본 건축계에 미친 가장 중요한 영향은 1916년에 건설된 일본 최초의 철근콘크리트 고층 아파트에 있다. 이 아파트는 ‘30호동’으로 불리며, 기능성과 내구성을 중시한 설계 방식을 통해 일본 집합주택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도 철근콘크리트 고층 아파트는 매우 드물었으며, 군함도의 30호동은 일본 고도성장기 교외의 고밀도 주거단지 및 근로자 집합주택 설계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1959년 군함도에는 총 5,259명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군함도의 면적은 0.063km²이므로, 인구밀도는 약 8.3만/km²에 이르며, 실제 거주지 면적만을 고려할 경우 인구밀도는 약 14만/km²에 달한다. 이는 현재 서울의 인구밀도 약 1.5만/km²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치로, 극심한 과밀 상태임을 의미한다. 한편, 당시 군함도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누렸으며, 모든 가구에 냉장고, 세탁기, 전화기 등이 보급되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군함도는 강제 동원과 징용, 노동자들의 폐쇄적 집합 거주 공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포함하여 군국주의와 산업화의 부정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의 군함도는 보존과 붕괴, 역사적 기억과 산업유산 간의 균형 문제를 건축학적 및 도시사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조명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