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리빙 일본에서의 그룹 리빙(Group Living)은 혈연관계가 아닌 고령의 독신자나 부부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비혈연 고령자들의 공동주거가 일본에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령자 시설 외에 주거에 대한 새로운 선택지를 원하는 요구가 커진 시기다. 그룹 리빙은 단순한 동거를 넘어 공통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을 공유하며 상호 지원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다.


COCO쇼난다이의 외관
설립과 이념 COCO쇼난다이는 1999년 4월, 일본 최초의 고령자 그룹 리빙으로 설립되었으며, 운영 주체는 NPO법인 COCO쇼난이다. COCO쇼난다이의 설립 배경에는 노후에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자립적인 생활을 이어가고자 했던 창립자 사이조 씨의 뜻이 담겨 있다. 사이조 씨는 이러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회를 조직하여 같은 뜻을 가진 멤버들과 함께 고령자 주거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하였고, 그 결과 그룹 리빙 COCO쇼난다이가 탄생하였다. 개설 당시 10명의 입주자가 공동생활을 시작하였으며, 기존 고령자 시설과 차별화된 점은 ‘자립’과 ‘공생’을 이념으로 삼아 지역사회 속에서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즉 ‘Aging in Place’를 실현한다는 데 있다. ‘COCO’라는 이름은 Community(커뮤니티: 지역 사회와의 연결)와 Cooperative(코퍼러티브: 협동)의 앞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단순히 고령자 주거 공간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COCO쇼난다이 COCO쇼난다이는 목조 2층 건물로 일반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주변 주택들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이는 시설이라는 인상을 줄이고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층에는 5개의 개인실과 함께 메인 현관, 서브 현관, 아틀리에, 대형 욕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공용 화장실, 세탁실이 위치해 있다. 2층에는 5개의 개인실과 리빙룸, 주방 및 식당, 욕실, 게스트룸이 배치되어 있다. 층간 이동을 위해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또한 1층의 개인실에는 전용 우드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2층의 개인실은 외부 복도에 면해있기 때문에, 개인실에서 공용 공간을 거치지 않고도 외부로 바로 출입이 가능하다(원래는 비상시 탈출을 위함이다).
연면적 기준으로 보면, 공용 공간이 234㎡, 개인 공간이 250㎡로 거의 비슷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입주자의 사생활을 존중하면서도 편안하게 공동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결과이다. 또한,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아틀리에, 리빙룸, 주방, 식당을 1층과 2층에 분산 배치하여 각 층마다 개방감을 확보했다. 이러한 개방형 공간에서는 다양한 지역 활동이 이루어져 지역 간 교류를 활성화한다. 2층에는 입주자의 가족이나 친구가 방문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게스트룸도 마련되어 있다. 각 개인실의 면적은 25m²이며, 내부에는 전용 화장실, 세면대, 미니 주방, 그리고 수납장이 완비되어 있다.
엘리베이터, 넓은 복도, 무단차, 경사로, 손잡이 등 건물 전체가 배리어프리(Barrier-Free)로 설계되어 있으며, 각 실에는 긴급 통보 장치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다.

1층 아틀리에

1층 공동욕조

1층 공용화장실

1층 세탁실 및 복도


개인실

1층 개인실 외부 발코니
COCO쇼난다이의 생활 고령자 시설과는 달리, 이곳 입주자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자유롭게 생활하며, 라이프서포터가 거주자의 일상을 지원한다. 거주자의 연령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기상 시간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아침 식사는 각자 스스로 준비하여 먹는다. 낮 시간에는 취미 활동에 몰두하거나 소일거리를 하는 사람, 고령자 데이서비스에 참여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해 저녁 식사는 함께하며, 저녁 식사는 라이프서포터가 준비한다. 샤워 시간과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다. 혼자 샤워하는 사람도 있고, 안전을 위해 여러 명이 함께 샤워하거나 헬퍼의 도움을 받으며 샤워하는 거주자도 있다.
공용 공간의 청소는 라이프서포터가 담당하지만, 각자의 방 청소와 세탁은 스스로 한다. 공용 공간의 커튼 개폐 시간, 밤에 현관 문을 닫는 시간, 꽃에 물을 주는 주기 등 생활의 세세한 부분들은 모두 거주자들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시설과 달리 생활에 대한 결정권이 개인에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개인실의 사생활이 보장되면서도 리빙룸, 아틀리에, 주방, 욕실 등 공유 공간을 통해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루어지고, 고립을 방지하며 삶의 보람을 키워 나갈 수 있는 환경이다.
그룹 리빙은 의료법이나 개호보험법 등에서 정식으로 제도화된 시설이 아니다. 따라서 돌봄이 필요한 경우, 지역 내 돌봄 서비스 제공자에게 필요한 케어나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신청하여 이용한다.

2층 리빙

2층 키친

정원 및 텃밭
마치며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간다’는 COCO쇼난다이의 이념과 그룹리빙이라는 새로운 주거주형태의 성공은 전국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2006년에는 공익재단법인 JKA(경륜과 오토레이스를 총괄하는 공익법인)가 ‘고령자 활력 그룹리빙 지원사업’을 시작하였고, 2011년까지 전국에 16곳의 그룹 리빙이 개설되었다. 현재는 20곳이 넘는 그룹리빙이 운영되고 있다.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의 혈연을 중심으로 한 노후의 주거방식을 벗어나, 고령기의 새로운 주거 형태를 제안하고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거주해온 지역사회와 커뮤니티 내에서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고령자 주거이다. 시설과 주택의 중간 형태인 그룹 리빙은 Aiging in Place를 실현할 수 있는 고령자 주거의 한 유형으로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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