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구매난민, 구매약자이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식료품이나 일용품 등 생활 필수품 구입이 곤란한 사람들을 일컷는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하여 지역 상점의 폐업, 대중교통 시스템 폐지/쇠퇴, 고령으로 인한 자가동 운전 불가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농어촌 지역 등의 과소지(過疎地)뿐만 아니라, 도시부 혹은 교외주택단지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베지클럽은 vegetable club의 줄임말로, 전술한 구매난민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일본 카마쿠라시 이마이즈미다이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도이다. 이름에서 유추가능하듯이, 베지클럽은 지역에 신선한 야채를 공급하기 위한 지역 주민의 활동이다.
카마쿠라시 이마이즈미다이 단지는 도쿄역으로부터 약 50km권에 위치한 교외주택지이다. 1965년 개발되었고 현재 약 4,000명, 2,00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고령화율은 약 50%에 달한다. 즉, 지역 주민의 2명중 한명이 65세이다. 또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70대이다. 이 주택지에는 2개의 상점가가 존재하는데, 점주의 고령화, 후계자의 부재 등으로 폐점이 이어지고있다. 필자가 이 지역에서 마을만들기 활동을 한 2013년부터 현재 2023년까지의 10년동안 정육점, 생선가게, 야채가게, 쌀가게가 폐점하였다. 즉, 필수적인 먹거리를 판매하는 지역 상점이 지난 10년동안 모두 사라진 것이다.
NPO TSKI가 운영하는 텃밭에서의 활동. 야채재배를 통해 다세대의 교류도 꾀하고 있다.
베지클럽의 활동 모습. 빈 점포를 빌려서 운영을 하고 있다.
이마이즈미다이에는 TSKI(타운서포트카마쿠라이마이즈미다이)라는 마을만들기 NPO가 활동하고 있으며, 베지클럽은 TSKI가 운영하는 사업중 하나이다. 베지클럽은 원래 TSKI가 운영하는 텃밭에서 수확된 채소를 팔기위해 시작하였다. 이후 야채가게의 폐점 등으로 인하여 야채를 구입하기 힘든 고령자를 위해 활동을 확대하였다. 활동의 중심은 신선한 야채의 판매이지만, 숨겨진 목적은 고령이라할지라도 지금까지 살아온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해서 거주할 수 있는 Aging in Place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지클럽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야채는 무겁다. 운전을 할 수 없는 고령자가 공공교통기관을 이용해 야채를 나르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지클럽은 폐점한 가계를 빌려 주1회 금요일 오전에만 영업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점은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인세트가 500엔, 2인세트가 1000엔으로 고령자 단신, 고령자 부부세대를 타켓으로 한 세트이다. 예약을 한 주민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 베지클럽으로 야채를 수령하러 오게 되고, 여기에서 주민간의 교류가 발생한다. 베지클럽의 스텝들은 그날 그날의 야채에 대한 레시피를 추천해주고, 또 베테랑 주부들은 이를 듣고 다른 레시피제안을 하면서 대화가 오고간다. 매주 예약판매가 50-100명 정도라고 하니 이마이즈미다이 거주세대의 약 5%가 베지클럽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초고령자들을 위하여 배달도 병행하고 있다.
야채는 주로 인근 농가에서 과잉 수확된 야채를 들여온다. 이로 인하여 싼값에 신선한 야채를 공급할 수 있고, 푸드 로스의 절감에도 기여, 지역농가와의 win-win 사이클이 형성된다.
손님들과 스텝들은 레시피나 일상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야채라는 매개체를 통해 커뮤니티가 더욱 돈독해진다.
2인세트
NPO TSKI가 운영하는 텃밭에서의 활동. 야채재배를 통해 다세대의 교류도 꾀하고 있다.
모종
지역내에 빵을 판매하는 점포가 없기 때문에, 근처의 빵가게에서 만든 빵도 판매하고 있다.
어플을 통하여 당일 들어온 야채에 대한 정보, 레시피등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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